[웹소설]빈대가 되고 싶은 나는 얀데레에게 길러지기로 했습니다 -
86.마이네임 이즈........
몇시일까, 날은 저물어 있었다.
피이네 아룸호르트를 떠올리게 하는 하얀 달이 얼굴을 비추며, 모래사장에 앉은 스미레는 멍하니 백광에 눈을 향했다.
이제부터 어떻게 해야할까......솔직히 말해서 피이네 아룸호르트한테는 정공법으로 이길수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고. 라고 해서, 본인이 말한대로 오빠를 넘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스미레는 부드러운 모래사장에, 손가락으로 문자를 썼다.
무력->X
농락->X
도망->X
밀어서 안되고, 당겨서도 안돼, 물러나려해도 출입금지의 KEEP OUT선이 쳐져있다.
[.....그 여자, 상황구축이 뛰어나]
털썩하고 소리를 내며 모래사장에 누었다. 하늘을 보는 자세로 만천의 별하늘을 올려보며, 이름없이 빛나는 흰점에 마음을 실었다.
[이미 이곳은 피이네 아룸호르트의 판 위.......이쪽이 체스 따위 싫다고 말해도, 말인 이쪽의 말 따위 들어줄리가 없지......여차하면 저쪽은 언제라도 체스판 따위 뒤집을수 있고......]
보기좋게 이 섬에 온 시점에서 절반, 이 상황에 처하는 것은 결정된 것과 같아. 스미레들이 가지고 있는 아키라에 대한 이상하리라 할 정도의 애정조차도, 그 여자의 계산식에는 들어가 있어.......그렇게 생각하면, 톱니바퀴가 맞아 들어가.
최선의 수단, 최선의 수밖에 쓰지 않았는데. 어느새인가, 수를 쓸때마다 상황이 악화되어 가고 있어. 처음부터 승패가 정해져있어, 원사이드게임. 마치 부처님의 손위에서 노는 손오공 같네.
[오빠를 넘길 수 밖에......아니, 안돼......넘기고, 혹시라도, 오빠가 그 여자를 고른다면......!]
호흡이 흐트러진다. 가슴이 괴롭다.
전신에서 땀이 나와, 눈알이 튀어 나올 것 같은 감각. 가슴의 중심을 꽈악하고 쥔 채로 과호흡에 빠진 스미레는 손톱을 물었다.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절대로 안돼!! 오빠는 넘기지 않아!! 오빠만은!!! 오빠를 넘길까보냐!! 나의 !!! 나의 오빠라고!! 오빠가 나를 고르지 않는다면!! 그럼 나는!!! 더 이상!!]
처절한 웃음을 띄운 스미레는 입꼬리를 움찔움찔 경련을 일으켰다.
[죽을 수밖에 없어......]
잔잔해진 바닷가와는 대칭적으로 요동친 마음속은 서서히 안정되어가는 것을 느꼈다.
최애의 사람의 몸이기에 자해행위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손톱이라는 정신안정제만큼은 놓을 수가 없었다.
[이긴다.....절대로 이긴다.....어떤수를 써서라도 오빠를 넘길까보냐......나 따위를 받아줄수 있는 것은 이 세상에서 단 한명, 오빠뿐이야......오빠밖에 오빠밖에 오빠밖에----]
[쫌 조용히 해주지 않겠어?]
기세 좋게 일어났다.
어느새인가, 미나츠키 유이가 옆에 앉아 있었다. 기도하듯이 양손으로 휴대전화를 잡으며, 우려를 감추려듯이 웅크려 앉으며, 무릎사이에 얼굴을 묻었다.
[어..언제부터 있던건가요?]
[당신이 아키라군을 생각하면서 뜨겁게 몸을 위로 할때부터]
[아직, 안했거든!!!]
빨갛게 물든 얼굴을 얼버무리기 위해, 양손으로 얼굴에 부채질을 했다. 머리카락에 붙은 모래를 털어내는 중, 이쪽을 지긋이 바라보고 있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
[묘비, 있었지?]
[하? 주어가 빠져있거든요? 평소에는 우등생인척 하는 주제에 그런부분은 소홀한가 보네요~?]
[말하는 상대에 맞춰서 불필요한 말은 생략하고 있어. 당신과 나의 사이에는 공통인식이 있으니까, 쓸데없는 말은 하지 않는 편이 좋잖아. 대명사라고 알고 있어?]
오빠가 나를 고른다면, 눈 앞에서 300시간정도 키스 해주겠어. 그런 걸 생각하면서 스미레는 생긋하고 웃었다.
[[모모선생님]의 묘 말이죠?]
[그래. 있었지?]
어째서, 이 타이밍에 그런 질문------유이가 쥐고 있는 휴대전화에 눈이 갔고, 어느 정도 눈치챈 스미레는 물음에 되물었다]
[피이네 아룸호르트의 아버지하고 무슨 관계가?]
망설임.
이쪽의 내면을 전부 봐 버린 나머지, 놀라는 미나츠키 유이는, 작은 얼굴을 기울인채 주시했다. 단순히 말할까 말까를 고민하는 거겠지만......이쪽의 반응을 너무 뚫어지게 보는, 괴물급의 집중력을 발휘했다.
[.....뭐 상관없나]
갑자기 힘이 빼며, 그녀는 말했다.
[운야선생님이 피이네의 휴대전화에서 빼낸 SIM카드. 거기에 들어있던 연락처, [Loving daddy]에 걸어보니, 남자가 받았다고 말한적이 있지?]
[말했었네요]
[그 남자가 모모선생님 이였어]
........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녀석?
[[........하?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이녀석?] 이라는 얼굴을 하는 있는 중 미안한데, 전부 진짜야. 유치원생들을 달랠 때, 그 사람은 곧잘 남자 목소리를 냈었어. 완전히 속아버린거지]
[그럼 묘는? 그 묘는 뭔가요? [니시죠 모모]라고 제대로 써져 있었지요?]
[잘 생각해보니, 나는 모모선생님의 정확한 이름을 몰라. 감정적이 되었고, 상황증거가 모여있었으니까, 그렇게 간주해버린것이지. 묘비에는 몰년(죽은해)도 새겨져 있었는데, 확인조차 하지 않았어]
[확인하지 않은게 아니고, 확인”할 수 없었다”가 아닌가요? 예를 들면 상처를 감추는 시트 같은 것으로 사전에 감춰두면-------]
충격------머리부터 손톱 끝까지 내달렸다.
생각지도 못하게 입을 가리고, 진실을 흘리지 않기 위해 억눌렀다. 정체불명의 악한이 전신을 감싸, 정신이 멀어질 것 같은 열이 몸을 감쌌다.
[어째서......어..어째서, 지금까지 수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은거지......그 상황을 구축하는 것은, 피이네 아룸호르트따위가 아니야...... 이건--------]
[그만해]
알고 있다는 듯 유이는 머리를 저었다.
[지금 추구할수 있는게 아니야. 앞으로 무슨일이 일어나더라도 우리들은 피이네를 타파할 수 밖에 없어]
[우리들이 눈치채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알고 있고 있으면서......젠장.......!]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모래사장을 때렸다. 주먹모양으로 파인 모래위는 비웃기라도 하듯 바람에 날려 원래대로 돌아왔다.
한번 깊게 심호흡을 했다.
냉정함을 되찾은 스미레는 머리카락을 올리면서 말했다.
[그래서 뭘”파파”한테서 들을 수 있었나요?]
[아니, 아무것도. 그저 [나의 역할은 끝났다] 라는 것만 말했어]
머리카락을 엉망진창으로 휘젓고 싶다는 충동이 들었지만, 필사적으로 억눌렀고, 대신 손톱을 깨물면서 눈을 감았다.
[그런데, 아키라군과 키누가사양은 어디에?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키누가사 선배는 몰라요. 오빠라면, 아까 용무를 보러 숲안에---------]
[설마 혼자 보낸거야?]
[하아? 당연한거 아닌가요? 옛날에 오빠의 보조를 할려고 했을 때, 비대로 눈을 공격당하고 난뒤, 더 이상 화장실안으로 돌격하지 않겠-----]
쏴악하고 핏기가 가셨다.
이미 일어나 달리기 시작한 유이를 따라, 울창하게 우거진 숲안으로 들어갔다. 땀범벅이 되었고, 깊숙하게 들어갔지만, 주변 어디에도 오빠의 모습은 없었다.
실룩거리는 얼굴로 원수에게 말했다.
[어~째서, 나도 당신도, 아키라군이 관련되면, 지능지수가 저편까지 떨어지는걸까~?! 저기 말이야~!?]
스미레는 그 장소에서 주저 앉아, 최애의 오빠를 찾아, 엉엉하고 울기 시작했다.
이른아침, 피이네의 저택부근의 모래사장주변.
M4커빈의 총구에 둘러쌓인 반라의 소년이, 아름다움 마린블루에 발끝을 대고 있었다.
[나는.......]
젖어서 비치고 있는 와이셔츠. 야윈듯했지만, 그의 몸은 확실하게 근육의 음형이 있었다.
유창한 영어로 [물러나]라고 말하고 있는데 소년은 개의치 않았다. 라기보다는, 아마도, 영어를 모르는 거겠지. 몸을 구부리면서[나는(마이네임 이즈)......]을 반복하는 그는, 자기소개를 못하며 죽은 유령한테 붙잡힌듯 했다.
요염한 표정으로 머리를 올리더니 애처로운 한숨을 쉬었다.
[나는......대체,누구지......]
반라의 소년------키리타니 아키라는 그렇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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